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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공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고민 중 하나는 ‘어떤 나무를 써야 할까?’입니다. 나무라고 다 같은 나무가 아니고, 이름도 어렵고, 생김새도 비슷해 보여 처음엔 선택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목재 선택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만 잘 이해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요.
이번 글에서는 목공 초보자부터 취미로 가구나 소품을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해, 어떤 나무를 고르면 좋을지 쉽고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1. 먼저 ‘무엇을 만들 건지’를 생각하자
목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연 ‘용도’입니다. 무슨 나무가 좋은지보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재료는 목적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 무게를 견디는 가구(식탁, 선반, 침대 프레임 등) →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난 하드우드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표적으로 오크(Oak)는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 많이 사용되고, 메이플(Maple)은 단단하면서도 색이 밝아 마감이 깔끔하게 나옵니다. 월넛(Walnut)은 고급스러운 색감과 질감으로 고급 가구에 많이 쓰이죠. 이런 가구는 장시간 사용되므로, 수축·팽창이 적고 튼튼한 목재가 유리합니다.
- 작은 소품이나 인테리어 소가구(DIY 장식장, 스툴, 책꽂이 등) → 무게보다 가공성과 디자인이 중요한 작업에는 소프트우드가 적합합니다. 파인(Pine)은 저렴하고 연해서 톱질, 못질, 접착 등이 쉬워 입문자에게 좋습니다. 삼나무(Cedar)는 향도 좋고 부드러워 실내 마감재로도 인기가 많고요. 단, 너무 얇거나 하중이 많이 걸리는 구조에는 부적합할 수 있으니 작업 크기와 사용 빈도를 고려해 선택하세요.
- 야외 가구, 욕실 가구처럼 습기가 많은 환경 → 수분에 강하고 썩거나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 내후성 목재가 필요합니다. 티크(Teak)는 유분이 많아 수분과 해충에 강하며, 실외 가구에 최적화된 목재입니다. 삼나무(Cedar)는 향균성과 내습성이 뛰어나 욕실, 옷장 등에 많이 쓰이고요. 레드우드(Redwood)는 외부 구조물에 널리 사용되며, 부식에 강합니다.
나무의 이름을 외우기보다, '어디에 쓰일 나무인가?'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현명한 출발입니다. 목재는 단지 재료가 아니라, 목적과 환경에 맞는 '성격'을 가진 친구 같은 존재예요.
2. 하드우드와 소프트우드, 어떻게 다를까?
- 하드우드(Hardwood): 오크, 체리, 월넛, 애쉬, 메이플 등
- 조직이 촘촘하고 단단해 내구성이 좋습니다.
- 마감이 고급스럽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고가 가구에 자주 쓰입니다.
- 단점은 무겁고 가공이 어렵다는 점이에요.
- 소프트우드(Softwood): 소나무, 삼나무, 전나무, 스프루스 등
- 상대적으로 가볍고 가공이 쉬워 DIY나 초보자에게 적합합니다.
- 단점은 옹이가 많고 충격에 약해 사용 용도에 제한이 있습니다.
무조건 단단한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작업 목적에 맞는 나무를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3. 결, 옹이, 마감까지도 고려하자
- 결: 결이 곧은 나무는 가공이 쉽고 결과물도 안정적입니다. 반대로 물결무늬나 뒤틀린 결은 시각적 매력은 있지만 가공이 어렵습니다.
- 옹이: 옹이가 적은 나무는 구조용으로 적합하고, 옹이가 많은 나무는 인테리어적 개성이 있습니다. 단, 옹이 주변은 약할 수 있어 위치 확인이 필요해요.
- 마감: 어떤 마감을 할지도 미리 염두에 두세요. 오일로 마감할지, 래커로 처리할지에 따라 나무가 주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나무는 잘랐다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 다듬고 마감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4.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입문용 목재
- 파인(Pine): 가볍고 가격이 저렴하며, 쉽게 구할 수 있어 연습용으로 좋아요.
- 자작나무(Birch): 균일한 조직과 밝은 색으로 초보자에게 인기 많은 목재입니다.
- 레드파인(Red Pine): 일반 파인보다 조직이 치밀하고 결이 예뻐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 MDF, 합판: 원목은 아니지만 일정한 두께와 평탄한 표면으로 초보자에게는 다루기 쉬운 재료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목공의 시작은 도구가 아니라, 나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나무의 특성과 맞지 않으면 결과물이 아쉬워지기 마련이죠.
이번 글이 여러분의 첫 나무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어떤 나무를 고를지 고민될 땐, 용도와 환경부터 다시 떠올려보세요. 나무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재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