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선택, 그들이 고른 목재는 무엇일까?
좋은 목재는 장인의 손에서 비로소 진가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장인은 아무 나무에나 손을 대지 않습니다. 나무의 특성을 꿰뚫어 보고, 수십 년 후의 모습까지 상상하며 재료를 선택하죠. 그렇다면 목공 장인들이 즐겨 찾는 ‘진짜 좋은 나무’는 어떤 종류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오랜 시간 목재와 함께 호흡해온 장인들이 애정하는 대표적인 목재들을 소개하고, 그 선택의 이유를 살펴봅니다. 품질, 감성, 그리고 실용성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는 그들의 기준을 함께 느껴보시죠.
1. 월넛(Walnut) – 깊이와 우아함이 담긴 나무
장인들은 월넛을 단순히 고급 목재라고만 보지 않습니다. 이 나무는 조용한 고급스러움을 품고 있습니다.
- 이유: 절제된 광택, 짙은 색감, 그리고 세월과 함께 윤기가 더해지는 에이징 특성까지. 복잡하지 않은 결 속에 품격이 살아 있습니다.
- 장인의 선택: 고급 테이블, 서재 가구, 클래식 체어 등. 완성된 후에도 시간이 지나며 더 깊은 멋을 내기 때문에 ‘살아 있는 가구’가 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단순하지만 힘 있는 디자인, 오래 볼수록 더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고 싶을 때
2. 오크(Oak) – 강인함과 견고함의 상징
수백 년 된 유럽 가구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크는 강하고 묵직한 성질 덕분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목재로 통합니다.
- 이유: 높은 내구성, 구조재로서의 안정성, 가공 후에도 유지되는 고른 결감. 특히 수축·팽창이 적어 넓은 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 장인의 선택: 테이블 상판, 프레임 가구, 바닥재 등. 집안의 중심이 되는 요소에 자주 사용됩니다.
튼튼하고 오래 가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면 장인들도 오크를 고릅니다.
3. 체리(Cherry) – 시간과 함께 완성되는 나무
체리는 처음에는 연하고 부드럽지만, 햇빛과 공기를 만나면서 점차 깊은 색으로 에이징되며 완성도를 더해갑니다. 장인에게는 ‘함께 나이 드는 나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하죠.
- 이유: 가공성이 좋아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고, 마감 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고급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로 변합니다.
- 장인의 선택: 클래식한 책상, 세심한 장식이 들어간 가구,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소형 가구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정이 가는 가구를 만들고 싶을 때
4. 메이플(Maple) – 단정함과 실용성의 균형
메이플은 목공 장인들에게 ‘기대에 충실한 나무’로 통합니다. 특별한 화려함은 없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믿음직한 재료죠.
- 이유: 밝은 색감과 고운 결, 그리고 뛰어난 마감성. 스크래치에 강하고, 표면이 매끈해 실용적인 가구에 안성맞춤입니다.
- 장인의 선택: 주방가구, 서랍장, 작업대, 어린이 가구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며 오염이 걱정될 수 있는 공간에 적합합니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제작하고자 할 때 장인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5. 티크(Teak) – 환경을 견디는 품격
티크는 오랜 시간 열대지방에서 사랑받아 온 내후성 목재입니다. 장인들은 티크의 고급스러움뿐 아니라, ‘환경을 이겨내는 강한 성격’에 주목합니다.
- 이유: 유분이 많아 습기나 곰팡이에 강하고, 야외에서도 오랜 시간 형태를 유지합니다.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실버 브라운 톤의 에이징도 큰 매력입니다.
- 장인의 선택: 욕실 가구, 야외용 벤치, 데크, 외부 마감재 등. 단순히 멋진 가구를 넘어서 ‘기후에 반응하는 재료’로서 선택됩니다.
자연을 마주한 공간, 시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담고 싶을 때 티크는 최고의 재료입니다.
6. 장인의 작업 사례와 브랜드별 목재 사용 예시
🪚 실제 장인들의 작업 사례
-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 – 자연 그대로의 월넛
- ‘라이브 엣지(Live edge)’ 테이블로 유명한 나카시마는 결이 아름다운 월넛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나무의 결을 최대한 살리며, 인위적인 절단보다 자연 그대로의 윤곽을 존중하는 철학을 담았습니다.
- 하위 케프(Wharton Esherick) – 메이플과 체리의 조합
- 조각 같은 가구로 유명한 그는 메이플의 부드러움과 체리의 따뜻한 색감을 결합해 예술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 일본 가구 장인 다카미 카즈히로 – 오크의 실용성
- 생활에 밀접한 나무를 만드는 장인으로, 주방가구와 일상 소품에 오크를 적극 사용하며 균형감 있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고급 가구 브랜드들의 목재 선택
브랜드 | 주요 사용 | 목재특징 및 철학 |
Herman Miller | 월넛, 애쉬 | 기능성+디자인. 월넛은 Eames Lounge Chair 등 시그니처 제품에 사용 |
Carl Hansen & Søn | 오크, 비치 |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 내구성과 조화 강조 |
Muji | 파인, 메이플 | 심플한 실용주의. 친환경적인 가공성과 질감 중심 |
Artek (핀란드) | 버치(Birch) | 곡목 기술로 유명. 밝고 부드러운 북유럽 감성 강조 |
Kashiwa Mokko (일본) | 체리, 오크 | 자연의 결을 살리는 고급 수제가구 브랜드 |
장인과 브랜드는 각기 다른 철학과 스타일을 가졌지만, 공통점은 ‘목재에 대한 존중’입니다. 나무의 개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가구를 만듭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장인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단단하거나 보기 좋은 재료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믿을 수 있고, 사람의 손길과 함께 변해가는 나무를 고릅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가구’를 만드는 출발점이죠.
나무는 그 자체로 성격을 가진 재료입니다. 어떤 가구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지에 따라 장인들은 나무를 고릅니다. 여러분의 손에서도 그런 나무가 하나쯤은, 탄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