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mwood님의 블로그

pdmwood 블로그 입니다. 목공 관련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 2025. 3. 22.

    by. pdmwood

    목차

      처음으로 원목 가구를 만들어보려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그냥 나무 사다가 잘 자르고 붙이면 되는 거 아냐?” 맞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가구’를 만들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나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살아온 환경과 시간의 무게를 품은 존재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원목 가구 제작 전에 꼭 알고 넘어가야 할 목재 상식 몇 가지를 나눠보려 합니다.

      1. 나무는 ‘종류’보다 ‘특성’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성격이 다르듯, 나무도 제각각의 성질을 가집니다. 단단한 나무, 잘 휘는 나무, 습기에 약한 나무,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깊어지는 나무… 이름이 같다고 다 같은 성질은 아니지요.

      예를 들어, 오크는 단단해서 식탁처럼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가구에 적합하지만, 세밀한 조각이나 얇은 판재를 만들기엔 손이 많이 갑니다. 반면 월넛은 상대적으로 가공이 쉬워 고급 가구나 인테리어 마감재로 자주 쓰입니다. 그에 비해 소나무는 가볍고 저렴해서 DIY 초보자에게 사랑받지만, 옹이가 많아 뒤틀림에 주의해야 합니다.

      즉, 이름보다는 “이 나무가 어디에 적합한가”를 먼저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2. 수분과 변형: 나무는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목재는 잘라낸 순간 ‘죽은 재료’가 된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나무는 제 몸에 남은 수분을 계속 내뿜고, 주변의 습기를 흡수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잘못 보관하거나 급격한 환경 변화가 생기면 휘어지고 갈라지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바로 ‘건조 상태’입니다. 자연건조(에어드라이)냐, 인공건조(킬른드라이)냐에 따라 수분 함량과 안정성이 달라지며, 최종 제품의 완성도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마른 나무일수록 가공은 어렵지만, 완성 후 변형은 적습니다.

       

      휘어진 나무

       

      3. 결(Grain)과 옹이(Knot)의 의미

      목재를 고를 때 결이 고른지, 옹이가 많은지 확인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합니다. 결(Grain)은 나무가 성장하면서 만들어내는 선의 흐름, 즉 나이테가 드러난 모습입니다. 이 결은 단순히 장식적인 요소를 넘어, 목재의 강도와 작업 난이도까지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결이 곧고 일정한 나무는 가공할 때 잘 쪼개지지 않고, 힘을 고르게 분산시키기 때문에 튼튼한 가구를 만들기에 유리합니다. 반면, 뒤틀린 결이나 곡선 형태의 무늬가 많은 나무는 미적으로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 목적에 따라 적절한 결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옹이(Knot)는 나뭇가지가 있던 자리에 형성된 흔적으로, 목재의 자연스러운 특징 중 하나입니다. 옹이는 시각적으로 독특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큰 옹이가 많은 경우에는 해당 부위가 깨지거나 갈라질 위험이 있으며, 페인트나 오일 마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옹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옹이 많은 목재를 일부러 선택해 '러스틱(Rustic)' 스타일로 연출하기도 하며, 사람마다 취향이 갈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옹이의 위치와 크기, 주변의 목질 상태를 잘 판단해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감각입니다.

      즉, 결과 옹이는 단순한 외형 요소가 아니라, 목재의 성격을 읽는 단서입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나무 옹이

       

      4. ‘용도’에 맞는 나무가 따로 있습니다

      책상을 만들 건지, 수납장을 만들 건지, 아니면 그냥 소품을 하나 만들 생각인지에 따라 적합한 목재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 하드우드(오크, 월넛 등) → 강도와 내구성이 중요할 때
      • 소프트우드(소나무, 삼나무 등) → 가볍고 가공이 쉬운 DIY에
      • MDF, 합판 → 뒷판이 보이지 않는 구조물에 적합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나무는 아닙니다. ‘좋은 선택’은 언제나 목적이 분명할 때 가능합니다.

      목재 소품

       

      5. 표면 마감도 목재 선택만큼 중요합니다

      목재를 잘랐다고 해서 가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위에 어떤 마감을 하느냐에 따라, 그 가구의 수명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마감은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나무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손길입니다.

      대표적인 마감 방식으로는 오일, 바니시, 래커, 왁스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방식은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 천연 오일 마감(예: 린시드 오일, 텅 오일)은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주며, 촉감도 부드럽고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물과 열에 약한 편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재도포가 필요합니다.
      • 바니시는 광택과 방수 효과가 뛰어나 물을 자주 사용하는 가구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표면이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일부러 빈티지한 느낌을 내려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래커는 빠르게 마르고, 내구성이 높으며 선명한 색감을 제공합니다. 작업 숙련도가 요구되지만, 전문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 왁스 마감은 가볍게 광을 내고 표면을 보호하는 데 적합하며,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보호력이 약하고 손이 자주 닿는 가구에는 자주 덧칠이 필요합니다.

      특히 식탁이나 책상처럼 손이 자주 닿고 물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가구는, 마감 선택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럴 땐 천연 오일로 1차 마감 후, 얇게 바니시를 덧입히는 복합 마감 방식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자연스러운 느낌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마감은 단지 외형의 마무리가 아니라, 가구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준비 과정입니다. 어떤 마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구의 느낌이 바뀌고, 유지 관리의 방식도 달라지게 됩니다. 결국 좋은 마감은 가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나무를 고르는 일은 결국, '어떤 시간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가구를 오래 쓰고 싶다면 단단한 나무를,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색감과 결이 좋은 나무를 선택하면 되겠죠.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 나무를 단순한 재료가 아닌, ‘함께 살아갈 대상’으로 느끼시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목재를 알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좋은 가구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