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mwood님의 블로그

pdmwood 블로그 입니다. 목공 관련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 2025. 3. 24.

    by. pdmwood

    목차

      나무를 만진다는 건 단순히 재료를 자르고 붙이는 일만은 아닙니다. 특히 원목을 가공한다는 건, 생명을 가졌던 재료와 마주하는 일에 가깝지요. 그래서 목재를 다루기 전엔 반드시 그 ‘성격’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마치 누군가와 오래 일하기 전에 그 사람의 성격을 알아보듯 말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목재 가공에 앞서 꼭 알고 있어야 할 나무의 기본 특성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기본을 이해하면, 가공이 더 수월해질 뿐 아니라 결과물의 품질도 훨씬 높아집니다.

       

      1. 나무는 여전히 ‘숨을 쉰다’

      많은 분들이 목재를 자르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시지만, 나무는 죽은 후에도 환경에 반응합니다. 습한 날씨에는 수분을 머금고, 건조한 날씨엔 수분을 내뱉으며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 하죠.

      이 특성 때문에 나무는 뒤틀림, 갈라짐, 수축과 팽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공 전 목재의 건조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자연건조(에어 드라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목재 변형이 적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 인공건조(킬른 드라이): 공장식 건조로 수분 함량이 안정적이며 대량 생산에 적합합니다.

      목재는 일반적으로 수분 함량이 8~12%일 때 가공이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분 함량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 수분 측정기(수분계)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목재에 직접 꽂거나 표면에 대기만 해도 내부 수분 함량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 가구 제작 전 필수 도구로 꼽힙니다.
      • 만약 수분계가 없다면, 무게 비교법을 응용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크기와 수종의 마른 나무와 비교해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수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 또한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나무 표면이 차갑고 습기가 느껴지거나, 절단 시 나무결이 뭉개지는 느낌이 들면 아직 건조가 덜 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확한 수분 확인은 가공 후 뒤틀림과 갈라짐을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이 과정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목재를 건조하고 있는 사진

      2. 나뭇결(Grain)의 방향을 이해하자

      나무는 결을 따라 잘 쪼개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반대로 결을 거슬러 가공하면 섬유질이 들뜨거나, 표면이 거칠어지고 깔끔하게 잘리지 않기도 하지요. 그래서 톱질, 대패질, 사포질 같은 기본적인 작업에서도 결 방향을 인지하고 작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결 방향은 단순한 작업 편의성뿐만 아니라, 목재의 구조적 강도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나뭇결이 곧고 일정한 목재는 하중을 잘 견디며, 뒤틀림도 적기 때문에 책상 상판, 선반, 프레임 등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용으로 이상적입니다. 반면 결이 복잡하고 곡선이 많은 목재는 가공은 어렵지만, 시각적으로는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테리어 포인트나 장식 요소에 활용하면 매우 아름답습니다.

       

      또한 나뭇결의 방향에 따라 수축과 팽창의 방향성도 달라집니다. 나무는 수분을 머금거나 잃을 때, 결 방향(길이 방향)으로는 변화가 거의 없지만, 결을 가로지르는 방향(폭과 두께 방향)에서는 큰 수축이나 팽창이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나뭇결을 따라 길게 자른 나무는 길이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넓이나 두께는 환경에 따라 변형되기 쉽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목재를 조립하거나 접합할 때는 이러한 성질을 고려해, 수축과 팽창이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유격을 두거나 여유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딱 맞게만 설계할 경우, 시간이 지나며 접합 부위에 틈이 생기거나 갈라지고, 심할 경우 구조 자체가 뒤틀릴 위험도 있습니다.

       

      즉, 나뭇결은 단지 나무의 무늬가 아니라, 목재의 성질과 반응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단서입니다. 잘 다듬어진 가구일수록, 그 안에는 '결을 존중한 설계'가 숨어 있습니다.

      목재 결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3. 목재마다 단단함이 다르다

      나무의 단단함은 ‘이 나무를 어디에 쓰느냐’에 대한 답을 줍니다.

      • 하드우드(오크, 월넛, 체리 등)는 무겁고 단단해서 고급 가구나 바닥재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가공 도구의 날이 쉽게 무뎌질 수 있고, 가공 속도도 느립니다.
      • 소프트우드(소나무, 전나무 등)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가볍기 때문에 초보자나 연습용 작업에 좋습니다. 대신 내구성이 약해 쉽게 눌리거나 찍힐 수 있죠.

      단단한 나무일수록 정밀한 가공, 정확한 도구 선택, 충분한 작업 시간이 필요합니다.

       

       

      4. 옹이(Knot)와 나이테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옹이는 나뭇가지가 자랐던 흔적으로, 목재의 강도를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공 중에 깨지거나 도장 마감이 고르지 않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반면 자연스러운 멋을 선호하는 경우엔 일부러 옹이가 많은 목재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구조용으로 쓸 부분에는 옹이가 없는 목재, 외형이 중요한 부분에는 멋스러운 옹이와 결이 있는 목재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감각입니다.

       

       

      5. 가공 방식에 따라 나무의 반응은 달라진다

      목재는 각 가공 방식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반응합니다. 동일한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나무의 종류와 결 방향, 건조 상태 등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공 전에 나무가 어떤 방식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미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절단(톱질): 결을 따라 자르면 톱날이 자연스럽게 나무결 사이를 파고들며 매끄럽게 잘립니다. 하지만 결을 가로지르면 섬유질이 끊어지면서 표면이 거칠어지고, 칩(wood chip)이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하드우드일수록 이 차이는 더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 사포질: 조립이나 도장 전 마감 작업에서 사포질은 필수입니다. 입자가 굵은 사포(#80~#120)로 표면을 다듬은 뒤, 고운 사포(#220 이상)로 마무리하면 나무결이 매끄럽게 살아납니다. 결 방향을 따라 문지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반대로 문지르면 오히려 표면이 일어나거나 긁힌 자국이 남을 수 있습니다.
      • 드릴 작업: 단단한 나무일수록 드릴의 회전 속도는 낮추고, 일정한 압력으로 천천히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빠른 속도로 강하게 누르면 열이 발생하면서 타거나 찢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드릴링 시에는 나무 밑면에 받침목을 대주는 것이 깨짐을 방지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 접합: 나무는 습도 변화에 따라 폭 방향으로 수축·팽창하기 때문에, 완전 밀착된 접합보다는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목심(Dowel)이나 도브테일 조인트 같은 전통 접합 방식은 이러한 목재의 움직임을 고려한 구조입니다. 본드만으로 접합할 경우, 습도에 따라 접착 부위가 틀어지거나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 보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즉, 나무는 단순히 자르고 붙이는 재료가 아니라, 그 반응을 예상하고 조율하면서 다뤄야 할 ‘살아 있는 재료’입니다. 가공의 결과는 도구가 아닌, 재료를 얼마나 이해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횡절반으로 목재를 자르는 사진

       

      글을 마무리하며

      목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하고 민감한 재료입니다. 결을 알고, 수분을 이해하고, 옹이의 위치를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가공’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이 여러분이 나무를 대하는 방식에 작은 변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무를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대화할 줄 아는 재료로 바라본다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도 그만큼 따뜻하고 깊이 있게 완성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