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mwood님의 블로그

pdmwood 블로그 입니다. 목공 관련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 2025. 4. 5.

    by. pdmwood

    목차

      좋은 목재는 장인의 손에서 비로소 진가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장인은 아무 나무에나 손을 대지 않습니다. 나무의 특성을 꿰뚫어 보고, 수십 년 후의 모습까지 상상하며 재료를 선택하죠. 그렇다면 목공 장인들이 즐겨 찾는 ‘진짜 좋은 나무’는 어떤 종류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오랜 시간 목재와 함께 호흡해온 장인들이 애정하는 대표적인 목재들을 소개하고, 그 선택의 이유를 살펴봅니다. 품질, 감성, 그리고 실용성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는 그들의 기준을 함께 느껴보시죠.

      나무 길이를 확인하는 장인의 모습

      1. 월넛(Walnut) – 깊이와 우아함이 담긴 나무

      장인들은 월넛을 단순히 고급 목재라고만 보지 않습니다. 이 나무는 조용한 고급스러움을 품고 있습니다.

      • 이유: 절제된 광택, 짙은 색감, 그리고 세월과 함께 윤기가 더해지는 에이징 특성까지. 복잡하지 않은 결 속에 품격이 살아 있습니다.
      • 장인의 선택: 고급 테이블, 서재 가구, 클래식 체어 등. 완성된 후에도 시간이 지나며 더 깊은 멋을 내기 때문에 ‘살아 있는 가구’가 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단순하지만 힘 있는 디자인, 오래 볼수록 더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고 싶을 때

       

      2. 오크(Oak) – 강인함과 견고함의 상징

      수백 년 된 유럽 가구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크는 강하고 묵직한 성질 덕분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목재로 통합니다.

      • 이유: 높은 내구성, 구조재로서의 안정성, 가공 후에도 유지되는 고른 결감. 특히 수축·팽창이 적어 넓은 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 장인의 선택: 테이블 상판, 프레임 가구, 바닥재 등. 집안의 중심이 되는 요소에 자주 사용됩니다.

       튼튼하고 오래 가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면 장인들도 오크를 고릅니다.

       

      3. 체리(Cherry) – 시간과 함께 완성되는 나무

      체리는 처음에는 연하고 부드럽지만, 햇빛과 공기를 만나면서 점차 깊은 색으로 에이징되며 완성도를 더해갑니다. 장인에게는 ‘함께 나이 드는 나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하죠.

      • 이유: 가공성이 좋아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고, 마감 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고급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로 변합니다.
      • 장인의 선택: 클래식한 책상, 세심한 장식이 들어간 가구,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소형 가구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정이 가는 가구를 만들고 싶을 때

       

      4. 메이플(Maple) – 단정함과 실용성의 균형

      메이플은 목공 장인들에게 ‘기대에 충실한 나무’로 통합니다. 특별한 화려함은 없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믿음직한 재료죠.

      • 이유: 밝은 색감과 고운 결, 그리고 뛰어난 마감성. 스크래치에 강하고, 표면이 매끈해 실용적인 가구에 안성맞춤입니다.
      • 장인의 선택: 주방가구, 서랍장, 작업대, 어린이 가구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며 오염이 걱정될 수 있는 공간에 적합합니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제작하고자 할 때 장인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5. 티크(Teak) – 환경을 견디는 품격

      티크는 오랜 시간 열대지방에서 사랑받아 온 내후성 목재입니다. 장인들은 티크의 고급스러움뿐 아니라, ‘환경을 이겨내는 강한 성격’에 주목합니다.

      • 이유: 유분이 많아 습기나 곰팡이에 강하고, 야외에서도 오랜 시간 형태를 유지합니다.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실버 브라운 톤의 에이징도 큰 매력입니다.
      • 장인의 선택: 욕실 가구, 야외용 벤치, 데크, 외부 마감재 등. 단순히 멋진 가구를 넘어서 ‘기후에 반응하는 재료’로서 선택됩니다.

       자연을 마주한 공간, 시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담고 싶을 때 티크는 최고의 재료입니다.

       

      6. 장인의 작업 사례와 브랜드별 목재 사용 예시

      🪚 실제 장인들의 작업 사례

      •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 – 자연 그대로의 월넛
        • ‘라이브 엣지(Live edge)’ 테이블로 유명한 나카시마는 결이 아름다운 월넛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나무의 결을 최대한 살리며, 인위적인 절단보다 자연 그대로의 윤곽을 존중하는 철학을 담았습니다.
      • 하위 케프(Wharton Esherick) – 메이플과 체리의 조합
        • 조각 같은 가구로 유명한 그는 메이플의 부드러움과 체리의 따뜻한 색감을 결합해 예술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 일본 가구 장인 다카미 카즈히로 – 오크의 실용성
        • 생활에 밀접한 나무를 만드는 장인으로, 주방가구와 일상 소품에 오크를 적극 사용하며 균형감 있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고급 가구 브랜드들의 목재 선택

       

      브랜드 주요 사용 목재특징 및 철학
      Herman Miller 월넛, 애쉬 기능성+디자인. 월넛은 Eames Lounge Chair 등 시그니처 제품에 사용
      Carl Hansen & Søn 오크, 비치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 내구성과 조화 강조
      Muji 파인, 메이플 심플한 실용주의. 친환경적인 가공성과 질감 중심
      Artek (핀란드) 버치(Birch) 곡목 기술로 유명. 밝고 부드러운 북유럽 감성 강조
      Kashiwa Mokko (일본) 체리, 오크 자연의 결을 살리는 고급 수제가구 브랜드

       

       장인과 브랜드는 각기 다른 철학과 스타일을 가졌지만, 공통점은 ‘목재에 대한 존중’입니다. 나무의 개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가구를 만듭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장인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단단하거나 보기 좋은 재료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믿을 수 있고, 사람의 손길과 함께 변해가는 나무를 고릅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가구’를 만드는 출발점이죠.

      나무는 그 자체로 성격을 가진 재료입니다. 어떤 가구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지에 따라 장인들은 나무를 고릅니다. 여러분의 손에서도 그런 나무가 하나쯤은, 탄생하길 바랍니다.